그림자 인간
츠지도 유메 저 / 장하나 역 | 리드리드출판 | 2023년 08월 30일
우리도 일제 시대의 잔재로 호적이라는 것이 몇 년 전까지 있었고 아직도 본적지니, 하는 것들이 행정에 남아있다. 없어졌다면서 관리를 위해 남겨놓은 것인지 어처구니는 없지만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일본도 그런가 보다.
태어났지만 출생을 증명하지 못하는 아이들.
생각해 보니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은 출생증명서가 없을테고 그러면 주민센터에 무엇을 들고 가서 신고를 하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신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사각지대라고 부르면 불릴 수 있는 그림자는 어디에나 어느 순간에나 존재한다.
책에서 호적은 가질 수 없어도 주민증은 가질 수 있다, 하는데 그것은 또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잘 모르겠고 굳이 찾아보고 싶지는 않다.
가끔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들을 정말 아주 가끔 만난게 되는데 드문 경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알고보니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이라는 것. 존재 하지 않는 사람. 그림자 인간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존재 하지 않는 것과 보호 받지 못하는 것. 보호 받고 감시 당하고 있는 것. 존재하는 것. 그 간극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행정적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그 접근조차 허락되기 어려운 것은 아니된다. 그것은 최소한으로 보호 되어야 한다.
미혼모인 30대 엄마가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고 생계를
위해, 분유값이 없어서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나갔다. 아이를 홀로 두고. 아이는 8개월. 젖병을 고정시키기 위해 둔 베개가 얼굴로 이동하면서 아이가 숨을 못 쉬게 되었다. 집을 비운지 2시간 만에 아이는 사망했다.
이것이 범행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국가가 무엇을 해주었는가. 왜 온전히 여성이 아이를 낳은 엄마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 남자든 여자든 혼자인 부모일지라도 돈도 벌고 아이도 키우고 할 수 있는 사회는 왜 되지 못하는가. 그녀에게 무슨 범행이, 죄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성매매를 택할 수 밖에 없는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8개월 영아를 가진 엄마의 삶이 있는 이 사회는 건강한가? 비난할 수, 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을 읽고 저 사건의 기사를 보고 떠올랐다.
최소한의 사회는 존재하는가.
첫문장
* 새장 문이 열린 후
1996년 5월, 리호코 나이 여섯 살
밑줄긋기
*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인간도 없다. 불완전한 인간끼리 부족하더라도 서로 보듬어주며 겨우 그럴듯한 형태를 유지하며 산다.
그러나 태어난 순간, 한 사회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이나 직업을 자기 의지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려는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사치스러웠는지 돌아보게 된다. 삶은 '완벽'이 아니라 '충분'을 지향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소한 부분은 눈감아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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