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저 / 강동혁 역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24일
1부 소설 속의 소설가 해럴드 배너가 쓴 작품
2부 앤드루 베벨의 미완성 자서전
3부 아이다 페르텐자의 회고록
4부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
가장 소름이었던 것은 앤드루의 기억의 조작.
써준 자서전, 만들어준 에피소드를 마치 자신의 기억인양 이야기하는 것.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빚대어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내가 한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아는 이야기인 것처럼 나에게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에게 들은 것조차 잊어버린 것이겠지. 결국 인간은, 인간의 기억은 본인이 만들어가는 지극히도 주관적인 것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사실 생각해보니 앤드루는 모든 것이 조작일 수도. 그의 아내가 없이는 주식의 왕?이 될 수 없었던 것이지. 어릴 적 수학천재라는 것도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인지도.
첫문장
* 태어났을 때부터 거의 모든 이점을 누려온 벤저민 래스크가 결코 가질 수 없었던 몇 안 되는 특권 중 하나는 영웅적으로 부상할 특권이었다.
밑줄긋기
* 습관대로, 헬렌은 이런 모임에서 침묵을 지켰다-십 년 뒤 그들 중 다수의 얼굴을 알아보고 목소리를 알아듣게 되리라는 건 전혀 모른 채로, 누가 그녀를 기억하거나 잊은 체하는지 안다는 게 어른이 된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로, 지켜보고 귀기울였다. (9%)
:: 문장이 좀… 꼬여있는 문장들이 좀 많은 것 같다. 번역의 문제인가.
*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내 업적을 아는 사람은 적고, 내 삶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한 번도 이 점에 괘념치 않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거둔 성취의 총계이지, 우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러나 최근에 나는 나의 과거가 우리 나라의 과거와 여러 차례 중첩되었던 만큼 내 이야기의 결정적인 장면 일부를 대중에게 공개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2부라고 해야하나.. 2부의 첫 문단인데.. 이 문단의 호흡이 너무 좋다.
* 나는 그저 밀드레드에게 진실을 견딜 힘이 없을까봐 두려웠다. 힘겨운 사실들은 여태껏 그녀를 지탱해왔던 기쁨 넘치는 태도를 망가뜨릴 테니 말이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괴로운 일이 다. 내가 마침내 진단명을 말해주자 그 단어 자체가 밀드레드를 두려움으로 가득 채웠고, 그 결과 그녀의 쇠약은 가속화되었다. (42%)
* 아버지는 못마땅해했다. 비서는 부담이 큰 직업이라고 했다. 독립을 약속하 지만, 천 년간 이어져온 남성의 지배에 대한 여성의 굴종의 또다른 매듭일 뿐이 라고 했다.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