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06일
소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싶지 않아 작가의 말은 잘 안 읽는 편이었는데 요즘 읽는 책들의 작가의 말은 웬걸 작가의 말이 더 콕콕 박힌다. 하나의 글밥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 뭔가 처절함이 농축되었달까.
작가의 말의 다람쥐나 너구리 정도의 처지라는 것.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나는 이제 귀여운 다람쥐나 너구리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줄거리는 대략 고등교사 윤옥의 장례부터 시작되고 그녀의 삶의 궤적 혹은 생각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훈이라는 인물에서 왜 나는 그 인물이 떠올랐는지, 진정 투영해서 쓴 것은 아니겠지. 상당히 합리적 의심이기는 하다.
나는 학교가 싫다. 30년 전이나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이 그 공간 구성하며 생각들하며, 학교 밖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참 그 속은 한결같이 똑같다. 구성원도 그 속에 들어가면 똑같아 지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아! 또 놀란 것은 작가가 프린트를 한 작품을 빠른우편으로 투고 했다는 것. 전자 파일이 아니라는 점… 이.. 아 이
어떤 시대인가. 혹은 저작권 때문에? 표절 위험?
첫문장
* 정윤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그녀가 1년 전까지 일했던 고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섰다.
밑줄긋기
* 언젠가는 수연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내부에 켜켜이 쌓인 거무튀튀한 것들을 밖으로 토해내기를 바랐다. 수연에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기회가 다시 찾아오리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 당시 나는 갓 등단 한 신인이었고 여러모로 어중간한 소설가였다.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소설가로 살아남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글러브를 끼고 넓지도 않은 링 위에 올라와 보니 곰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저쪽 어딘가에 공룡도 있고, 공룡 너머 안개 속에 킹콩도 있는 그런 판국이었다. 내가 다람쥐나 너구리 정도의 처지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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