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여자들
리비 페이지 저 / 박성혜 역 | 구픽 | 2018년 08월 03일
제목을 잘 못 옮긴 것 같다. 원제목은 리도 The Lido 실제 존재했던 지역의 야외 수영장 이름이다. 근데 수영하는 여자들이라니? 제목에 대한 편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꽤 오랫동안 대출을 해놓고는 읽지 않은 상태로 몇 번을 보내다 이번에 읽게 되었다.
굉장히 따뜻한 이야기이고 문장들이다. 잔잔하다. 그 어느 것도 전투적이지 않다. 그저 인물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그 마저도 조곤조곤 이야기 한다. 그 어느 것도 모나지 않았고 꼬이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토닥여주는 문장들이다.
그리고 내가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
물 속에 있는 것 자체가 그저 치유되는 느낌. 그리고 움직이고 나면 한 꺼풀을 잊어버리는 느낌.
케이트도 로즈베리를 통해 수영을 권유받으며 그것을 느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의 공공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정말 크다. 변치 않는 장소가 없다. 재개발은 정말 흔한 단어이다. 놀이터도 공원도 오래된 아파트 단지도 40년이 넘은 나무들도 모두 베어졌다. 5년 전 풍경과 같은 곳이 없다. 결국 궁으로 가는 수밖에는 없다. 나의 유치원 시절부터 유년 시절를 기억하고 그 때의 나를 떠올릴 공간은 없다. 이미 사라졌다. 분명 좌표는 그 곳인데 그 곳엔 그 시절의 내가 없다. 이것이 참 아쉽다. 리도와 같은 공공 공간이 곁에 계속 있어주면 좋겠다. 도서관이 사랑방 같은 놀이터로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고 놀이터라도 공원이라도 거리라도. 서울은 너무 새롭다.
첫문장
* 브릭스턴 역에서 걸어 나온다.
밑줄긋기
* "내 나이가 되면 이해하게 될 거예요." 로즈메리가 말한다. "자기 자신을 그리워하기 시작하죠." (21%)
* 그는 자기한테 아가미가 달려 있어서 물속에 영원히 머물 수 있었으면, 꺼끌꺼끌한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곳에 있으면 아무도 그를 찾지 못하고, 아무도 그를 다치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소년이 아닌 물고기가 된다. (24%)
* "결혼해줘, 로지." 조지가 말했다. 물음표를 붙이지 않은 말이었다. 물음표 는 필요 없었다. 로즈메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든 질문의 답은 그 사람이라는 걸. (24%)
* "이쯤 할까." 로즈메리가 말했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아, 이 사진 봐, 조지..."
로즈메리는 상자 안의 사진들을 전부 조지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웃고 떠들었다. 감상이 다 끝나자 상자는 텅 비었고 로즈메리의 무릎 위는 다 본 사진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조지는 잠들었다. 로즈메리는 조심조심 사진을 도로 상자에 담아서 그걸 옷장 꼭대기로 옮겨두었다. 그리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조지 곁에 누웠다. 조지를 향해 누우며 팔을 그의 배 위에 올렸다. 그리고 잠든 조지의 모습을 잠시 바라 보았다.
"잘 자, 당신” 로즈메리가 속삭였다.
로즈메리가 잠에서 깨었을 때 조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55%)
==> 이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또르르 눈물이 차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