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저 | 문학동네 | 2023년 08월 07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몫
일 년
답신
<답신>의 첫 문장을 보자마자 이소라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의 첫 소절이 떠올랐다. 난 너에게 편지를 써.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이 시대의 여자는 왜 그렇게 희생이라는 단어로 삶을 살아가야 했을까. 여자라서? 많은 인구 속에서 일손이 필요해서? 그리고 절대로 본인들의 딸들에게는 그런 삶을 살지 않겠끔 가르쳤다. 그리고 그 자녀들은 현재 조부모에게 시터에게 자녀를 부탁하기 바쁜 세대가 되었다.
첫문장
* 그녀의 수업은 금요일 오후 세시 삼십분에 시작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 당신과 정윤은 대학 도서관 입구에서 마주쳤다. <몫>
* 처음 사흘은 날이 맑았다. <일 년>
* 오랜만에 펜을 들어 너에게 편지를 써. <답신>
* 우리는 작은 텃밭을 함께 가꿨다. <파종>
* 나는 엄마가 스물셋, 이모가 마흔다섯이 되던 해에 태어났다. <이모에게>
*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기남은 한참을 서 있었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밑줄긋기
* 그런 다희를 보며 그녀는 입사 초기의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회사 사람들에게 애써 최선 을 다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뒤의 낙담을. <일 년>
* 차별하는 사람의 입장에 설 수 있게 한 그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 거울에서 그녀가 본 건 기쁨과 안도가 스민 진짜 웃음이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추한 가능성을 알아보았는지도 몰랐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당신들 탓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은 자기 자신조차 설득할 수 없었다. <일 년>
*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져도, 그 몸이 잿가루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리라고 믿는 그 낙관이 부러웠다. <파종>
* 엄마에게 이모는 책임감이 강하고 엄격한 언니였고 아빠에게 이모는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도와주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데이케어 센터의 복지사는 이모가 평상시에는 조용하다가 한 번씩 화를 내는 충동적인 성격의 노인이라고 말했다. 그 모든 평가와 판단을 모두 모은다고 해도 그것이 이모라는 사람의 진실에 가닿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모에게>
* 그러자 이모는 뜬금없이 내가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모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