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탱크
김희재 저 | 한겨레출판 | 2023년 07월 25일
트렌디 해 보고자 선택함. 역시 시대상을 알려면 그 해의 문학상 수상작을 읽어야. 2023년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란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떠올랐다. 몇 년전부터 시대상 중의 하나로, 소설에 등장하는 LGBTQ가 트렌드처럼 되어 버렸다는 것을.
등장인물은
도선, 손부경, 황영경, 최양우, 둡둡, 강규산
도선은 비교적 일찍 반짝하고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였으나 그 이후가 없었고 캐나다 남자와 결혼 후 이주 하여 딸을 낳고 살았으나 자아도 놓고 남편도 놓고 이혼하여 다시 컴백한 인물.
손부경과 황영경은 이부자매로, 손부경은 교대를 나와 임용에 통과하지 못한 인물. 황영경은 지역에서 취업까지 한 인물.
최양우는 공장 교대 노동자. 둡둡은 커밍아웃을 한 대학생. 강규산은 둡둡의 아버지. 양우와 둡둡은 온라인에서 만나 동거한 연인 사이.
탱크라는 컨테이너는 기도 등을 하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회사 일을 하며 알게 된 사람을 통해 탱크의 존재를 알고 오픈하고 운영하는 황영경.
탱크라는 컨테이너라는 공간을 그리며 나는 ‘그림 앞에서 울어 본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림과 눈물>
예배당의 마크 로스코의 그림. 단지 그림 자체가 아니라 그림이 있는 공간 자체에 대한 것조차 그 그림인.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필요한 공간. 자신의 감정을 배출하는 개념의 공간으로.
첫문장
* 산불은 9시 13분에 시작되었다.
밑줄긋기
*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무 상관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인생이 스스로 망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쉽게 항로를 바꿀 수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야기의 주인공도 그랬다.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양우는 이야기 속에서 한 번도 제대로 묘사된 적 없는 주인공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 삶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므로 작고 오랜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걷잡을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 습관을 지키고자 하는 것 같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강규산은 그 런 것들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내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는 사람, 정말로 믿고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바로 강규산이었고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도 잘 몰랐다. 말하면 부정 탈 것 같다거나 믿음이 약해질 것 같다는 징크스, 혹은 그런 종류의 미신을 믿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뿐이 었다.
* 일단, 둡둡은 비약을 잘했다. 둡은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상대방의 의도를 자기식으로 해석해서 완전히 새로운 맥락을 만들었고 그것을 상대방의 '진짜 의도', '숨겨진 의도'로 치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