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자(글) · 박소현 번역
다산책방 · 2023년 06월 19일
글을 읽는데.. 문장들을 읽어나가고 있는데.. 첫 장을 펼쳐서 읽어나가고 있는데.. 찬 바람이 어디선가 부는 것 같은 문장들이다. 추워서 코 끝이 빨개지면서 읽는 느낌이다.
대장정이었다. 대하 드라마이다.
친일의 끝판왕 성수가 인쇄물 한번 찍어준 그걸로 그런 식으로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고, 그렇게 바닥에서 아무 것도 없는 신념으로 살아온 정호는 오직 단 한번 목숨 한번 살린 기회라 생각한 그것으로 생을 마감하고. 진짜 뭐 같은 이 역사. 욕하고 비난해도 부끄러워도 마주해야하는 민낯.
문학은 현재이다. 기억하는 장치이다. 나를 받아주는 도구이다. 써야하는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첫문장
* 하늘은 하얗고 땅은 검었다.
밑줄긋기
* 이 남자의 약점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옳은 쪽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 말이다. 한철은 자신이 언제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부류의 남자였다. 지금 한철의 얼굴을 가득 뒤덮은 비통과 애수의 표정도 결국은 제 자존심을 보호하는 방법에 불과하다는 걸 정호는 잘 알고 있었다. 한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다름 아닌 그의 자만심을 뒤흔드는 것이었고, 그건 단순한 주먹질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21장 보랏빛 그림자들>
*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에필로그-해녀>
* 모든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책의 첫 번째 장에 똑같은 헌사를 쓴다. 나도 다르지 않다. 이 책과 나의 모든 결실을 내 어머니와 아버지께 바친다. <감사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