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 다

여름과 루비

shurii 2024. 9. 13. 15:31

여름과 루비
박연준 저 | 은행나무 | 2022년 07월 15일  

금붕어 이야기에서 우리집의 화려한 몇 개의 어항들에 과자를 넣어 물고기들을 다 죽였다는 옆집 오빠 ㄱㅅ가 생각났다. 같은 대사들이었을 것이다. ‘애가 순수해서. 예쁘기도 하지. 금붕어 밥을 줬나봐.’ 그런 사람들이다. 그렇게 우리집의 물건들을 망가뜨렸다. 에어물 매트를 터뜨리고 나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켜고 사용했고 책을 빌려가서는 엉뚱한 책을 가져다 놓고 ‘그것도 좋은 책이야,‘ 그 정도의 개념을 탑재한 사람이 이웃이었고, 내 부모는 옆에 두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끊어냈다. 좋은 경험으로 나는 그런 사람들을 옆에 두지 않고 곁에 사람을 두지 않는다. 거리가 필요함을 안다.

시인의 문장이라 그런가. 이야기 속에서 뚝뚝 끊어지는 부유하는 문장들이라 나도 같이 해파리가 되어 글을 읽었다. 문장을 읽고 페이지를 넘기는데 갑자기 해설이 나와서 당황. 이 책은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이 곧 해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년‘이라는, 벗을 수 없는 옷을 입은 채 커버린 사람 곁에 서 있고 싶다. (작가의 말)


첫문장
* 일곱 살 때 나는 ‘작은’ 회사원 같았다.

밑줄긋기
* 두 무릎을 끌어안듯 웅크리고 앉아서 혼잣말처럼 되풀이하고 되풀이하던 이야기들을 생각했습니다. 밖을 향해 이야기하지만 소통을 원하지 않는 듯 닫힌 이야기들. 자기가 자기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 웅크린 자세 때문에 이야기는 활기를 잃고 염불처럼, 태어나자마자 휘발되는 소리가 되었습니다.